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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잘 안 나와요
리브랜딩을 하면 좀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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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branging, 단어만 보았을 때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특히 현재 매출이 부진한 상태라면, '이걸 하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하지만 과연 리브랜딩이 우리 회사의 매출을 '정말' 끌어올려 줄 수 있을까요?
리브랜딩은 잘만 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됩니다. 유명 브랜드 마저, 체감상으로는 리브랜딩에 도전했다가 성공을 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표적인 예는 트로피카나의 리브랜딩입니다. 트로피카나는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패키지 전체를 수정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바로 소비자의 외면이었습니다.
트로피카나의 실패로 배우는
리브랜딩의 위험성
리디자인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패키지만 보았을 때는 어떤 게 더 "예뻐"보이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오른쪽 디자인이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로고도 좀 더 트렌디한 서체로 바뀌었죠. 전체적으로 직각형태의 로고 배치에, 대각선에서 보았을 때 오렌지주스를 담은 잔이 보이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구매를 하려고 하면, 글쎄요. 저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패키지를 집어 들 것 같네요. 왜냐고요? 일단, 전면에 'Tropican'라는 문구가 똑똑히 보이고요, 트로피카나의 시그니처인 아치형 배열도 눈에 띄겠죠.
무엇보다 오렌지에 빨대가 바로 꽂힌 모습이, 이 음료가 훨씬 더 신선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오른쪽에 있는 그림은, 예쁘기는 하지만 신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아무리 오렌지 100%라는 문구가 있어도, 나도 모르게 '무언가가 첨가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자,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가 오렌지주스를 구매할 때는 '패키지의 예쁨'이 큰 요소로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다만, '어디서 나온 상품인지', '신선한지', '품질은 어떤지'가 판단의 기초가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리브랜딩(물론 리패키징보단 넓은 개념이지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 하려는 리브랜딩, 과연 '상급자'의 니즈에 맞춘 건가요? 아니면 실제 소비자의 기준에 맞춘 건가요?
리브랜딩을 할 때는
소비자의 입장'만' 생각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단순히 상급자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리브랜딩에 도전합니다(대부분 진급 또는 이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들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처음 브랜딩을 할 때 보다 '덜' 고찰할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리브랜딩은 첫 브랜딩보다 '더' 고찰을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대표적인 두 가지 예시와 함께, 어떻게 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사례를 보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소비자에게 이미 인식된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면
이미지의 변화는 고객의 이탈로 이어진다
리브랜딩을 한다고 하면, 첫 브랜딩, 또는 직전 리브랜딩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겁니다. 그 사이에 마케팅은 이뤄질 대로 이뤄졌을 거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하는 리브랜딩, 과연 좋기만 할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녹색과 함께 세이렌이 그려진 로고가 인상적인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이렌이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진 파란색 로고로 변경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일단 당황합니다. 늘 가던 매장이라면 '로고가 바뀐 건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짝퉁인가?' 그리고는 다른 카페로(익숙함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길을 돌릴 겁니다.
브랜딩을 한다는 건, 사람들에게 '인식'을 시켜주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는 '친숙함'과 '편안함'을 부여해야만 하죠. 하지만 리브랜딩은 고객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친숙함과 편안함을 깨뜨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이미지를 헤치지 않는
리포지셔닝 전략
그러면 어떻게 리브랜딩을 해야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현재 우리를 사랑하는 고객들이 '왜' 우리를 사랑하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고객들이 '왜'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도 들어가야 하죠.
생각 외로 로고를 리디자인 하는 건 리브랜딩에서 필수적인 부분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될까요? 아닙니다. 그냥 이름만 달라지는 거죠. 핵심은 '어떤 사람인가', 즉 '그 브랜드가 무엇을 내게 줄 수 있는가'입니다.
요컨대 '휠라'라는 브랜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1911년, 니트와 언더웨어로 시작한 휠라는 1970년, 테니스 선수를 이용한 '협찬' 마케팅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는 침체기를 겪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골프, 농구, 체조, 볼링, 사격 등 스포츠 분야 내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2010년대, 휠라는 스포츠가 아닌 일상 의류와 잡화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휠라를 '사랑하지 않는' 일반인들, 그중에서도 젊은 나이 때에 속하는 사람들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죠.
먼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어글리슈즈를 출시, 특유의 로고를 크게 프린팅한 의류를 발매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얼마 전 '박사방'사건의 피의자인 '박사'가 휠라의 티셔츠를 입고 나온 소동도 있었지만, 그만큼 10대에서 30대 들의 눈을 사로잡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휠라의 로고는 어떨까요? 과연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요? 놀랍게도, 1970년 이후로 지금까지, 50년의 시간 동안 휠라의 로고는 여전히 '그 로고'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누가 우리 상품을 구매하는가?두 마리 잡으려다 전부 놓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
리브랜딩을 '절대 하면 안 되는' 때는 과연 언제일까요? 그건 바로, '잘 나갈 때'입니다.
비단 리브랜딩을 할 때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고객세분화는 무조건 해야 합니다. 우리 상품을 구매할 것으로 생각되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또 실제로 구매를 하는 고객은 누구인지, '절대 구매하지 않을' 고객이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리브랜딩은 이 고객세분화를 기초로 이뤄져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만일, 이미 시장에서 60%의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때 리브랜딩을 한다면, 기존의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돌아 설 위험이 존재합니다. 나머지 40%를 잡기 위해서 전체 리브랜딩을 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죠(이럴 땐 일부 리브랜딩을 하시는 게 낫습니다).
요컨대 리브랜딩의 원칙은 '이미지 쇄신이 필수적일 때' 행한다는 것입니다.
남성 제품은 남성만 살까?
실제 시장을 공략한 리브랜딩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성용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들, 과연 여성이 많을까요 아니면 남성이 많을까요?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남성용 화장품은 여성들이 더 많이 구매를 합니다.
P&G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인 올드스파이스는 초기에는 남성성을 강조한 브랜딩 전략을 취했습니다. 범선 로고를 앞세워 '남자의 향기'를 강력하게 어필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올드 스파이스'가 점차 '나이 든 사람을 위한 화장품'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남성성을 너무 강조한 탓인지, 여성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죠. 결국 매출은 순식간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P&G는 여기서 기존의 타겟팅을 수정합니다. 조사 결과, 1) 남성용 화장품은 여자가 더 많이 구매한다 2) 여성들이 '싫어하는' 제품을 남성들은 구매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후 "The Man Your Man Could Smell Like"라는 슬로건으로 화려한 재도약에 성공하죠.
리브랜딩,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을까?
트로피카나, 휠라, 그리고 올드스파이스. 이 세 가지 사례만으로 리브랜딩 전체를 얘기하기엔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한 가지는 얻어갈 수 있는데요.
그건 바로, '기존의 브랜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고객의 기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리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첫째, 이미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에 가지고 있는 기대가 있다면 이걸 깨뜨려서는 안 되고요.
둘째, 고객들이 기대를 했지만 얻지 못했던 바가 있다면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어야 합니다.
셋째, 상급자의 의견은 고객의 니즈와는 다를 수도 있다고 전제해야 하죠.
저희 고객들 중에서도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다짜고짜 '리브랜딩을 원한다'라고 말씀하셨던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말씀을 하셔도, 조사자료, 분석자료, 통계자료를 다 보고 나면, 처음 생각했던 방향이 틀렸음을 알게 되죠.
여기서 고객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리브랜딩을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애드스토어가 제안하는 리브랜딩을 할 것인가?
실패하지 않는 리브랜딩은 사실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을 줄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실패율을 낮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 시장 내 브랜드의 위치, 실제 고객과 잠재 고객을 철저히 분석해야만 합니다. 방향은 그다음에 정해지는 겁니다.
리브랜딩. 왜 하려고 하시나요? 단순히 로고가 '지겨워서', 당장에 매출이 안 나와서, 상급자가 원해서 등등의 이유라면, 지금 이 도전,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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